본문 바로가기
  • 사는게 집이다
부동산 정보

사람은 안 오는데 빈집만 남았다 – 지방 빈집 지원 정책, 효과는 있었나?

by 내돈내집 2025. 7. 8.

 

“우리 마을에 빈집이 열 채가 넘어요. 도로 바로 옆인데도 사람이 안 삽니다.”
충북 괴산군에서 실제로 들은 말입니다.
전국 어디를 가든 시골 마을 입구나 골목 안에는 창문이 깨지고, 담장이 무너진 빈집이 드물지 않게 보입니다.
2023년 기준, 국내 등록 빈집 수는 약 148만 채에 달합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지방 소도시나 농촌에 집중되어 있고,
지자체는 다양한 ‘빈집 활용 정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예산은 집행됐지만,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고,
집은 고쳐졌지만, 마을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빈집 리모델링, 청년 정착형 빈집 지원 정책들의 실제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실제로 마을이 되살아난 극소수 사례까지 분석합니다.

 

 

지방, 아파트, 공실

 

대한민국 빈집, 어디까지 왔나?

 

빈집은 단순히 ‘사람이 안 사는 집’이 아닙니다.
그 지역의 인구 구조, 생활 환경, 경제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주요 통계 (2023~2024 기준)

  • 전국 빈집 수: 약 148만 5천 채
  • 1년 이상 미거주 기준 빈집: 약 80만 채
  • 지자체 등록 빈집 (유휴 건축물): 약 25만 채

출처: 국토교통부 빈집정보시스템, 행정안전부 통계

 

지역 분포

  • 전남·경북·강원 지역 집중
  • 군 단위 지역, 도서 산간 마을에 특히 많음
  • 읍면동 중 ‘빈집 비율 30% 이상’인 곳도 존재

빈집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청년 이탈 + 고령화 + 상속 포기입니다.
부모 세대가 세상을 떠난 후,
자녀는 대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어 상속받은 집을 관리조차 하지 못합니다.

 

빈집 정책은 왜 시작됐는가?

 

지방자치단체들은 빈집이 마을의 미관을 해치고,
화재·붕괴·위험 시설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주요 정책 목적

  • 안전 문제 해결: 붕괴 위험 있는 주택 제거
  • 생활 환경 개선: 쓰레기 무단 투기, 해충 문제 해결
  • 주거공간 재활용: 청년, 귀촌자, 예술인 유입
  • 도시재생 연결: 낙후된 동네의 활성화 기반 마련

이 정책들은 대체로 다음 3가지 방향으로 운영됩니다.

 

빈집 철거 → 공용 공간 전환

  • 소공원, 주차장, 마을쉼터로 전환

 

빈집 리모델링 → 저가 주택 제공

  • 귀촌인, 청년창업자에게 월세·임대 형태로 제공

 

매입형 귀촌주택 공급

  • 지자체가 직접 빈집을 사서 수리 후 공급

 

지역별 빈집 활용 정책 비교 사례

 

전남 고흥군 – 귀농귀촌 빈집 수리비 지원 사업

  • 1인당 빈집 수리비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
  • 조건: 타 지역에서 전입한 귀농·귀촌자, 실제 거주 필요
  • 지원 수: 연간 40가구 내외
  • 실태: 신청자는 많으나, 실거주 지속률은 낮음

 

경북 의성군 – 청년창업 연계형 빈집 리모델링

  • 청년 예비 창업자에게 빈집 리모델링 후 저렴하게 제공
  • 공간 내에 작업장·공방 설치 가능
  • 운영 방식: 군이 매입 후 시공, 사용자는 입주 + 관리
  • 실효성: 일부 정착 사례 있으나, 사업 지속성 문제 있음

 

충남 서천군 – 마을비움집 프로젝트

  • 장기 방치 빈집을 공공문화공간 또는 공유부엌으로 재생
  • 사업 방식: 주민제안형 공모
  • 운영자: 지역 주민 혹은 청년 활동가
  • 특징: 도시재생과 문화복지 정책을 결합한 모델

 

강원 정선군 – 지역 장인주택 리모델링 프로젝트

  • 고령 장인의 빈집에 청년 장인(도예, 공예 등) 입주
  • 작업장과 주택을 통합 설계
  • 일부는 게스트하우스로 전환
  • 성과: 주말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 연계

 

왜 정책은 실패하거나 반쪽 성공에 그쳤는가?

 

빈집 정책은 ‘집’만 보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삶’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결과는 정반대가 됩니다.

 

1. 일자리 없이 집만 제공

빈집에 들어가도 수입이 없으면 정착이 불가능합니다.
청년창업이나 농업활동이 연계되지 않은 단순 임대는
결국 몇 달 안에 원거주지로 복귀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2. 기초 인프라 부재

수도, 하수, 난방, 인터넷, 대중교통 등 생활 필수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빈집 리모델링이 완료되어도 입주자가 살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3. 지역 주민과의 단절

귀촌인과 마을 원주민 간 갈등 사례도 존재합니다.
특히 외부인이 운영하는 빈집 문화공간이
지역민의 이해 없이 기획될 경우, 배척과 무관심으로 귀결됩니다.

 

4. 1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구조

지자체 예산 의존도가 높아, 매년 사업이 이어지지 못하거나
초기 예산 소진 후 유지보수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전의 가능성 – 극소수 성공 사례 분석

 

전북 진안군 – ‘빈집학교’ 프로젝트

  • 빈집을 리모델링해 ‘지역학’ 교육장으로 사용
  • 외부 청년과 지역주민이 함께 운영
  • 마을 연계형 게스트하우스 + 창업 인큐베이팅 운영
  • 5년 이상 지속된 장기 성공 모델

 

경남 남해군 – 청년해방주택 실험

  • 빈집을 마을기업이 매입하여 청년에게 장기 임대
  • 월 5만원 수준의 임대료 + 청년 자율 리모델링 허용
  • 거주 청년이 직접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
  • 성과: 입주자 1명이 1년 후 마을공방 창업 성공

 

전남 순천 – ‘빈집은행’ 시스템

  • 민간 빈집 소유자와 귀촌 수요자를 연결
  • 시가 중개·관리·보수비 일부 지원
  • 공공부문이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하며 신뢰 확보

 

결론: 빈집은 마을의 폐허가 될 수도,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빈집은 그냥 낡은 건물이 아닙니다.
그 공간에는 한 가족의 역사, 마을의 시간,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빈집 활용 정책은
그 장소를 다시 사람과 연결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
리모델링만 덜렁 하는 것으로는
진짜 정착과 재생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빈집이 살려면 마을도 살아야 하며,
마을이 살려면 사람이 머무를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일자리, 사람, 문화, 공동체입니다.
진짜 성공적인 빈집 활용은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에서 시작됩니다.